어머니가 끓여준 ‘우렁 된장국’ 딱 그 맛 지역마다 유명한 음식이 있다. 보성 벌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꼬막이 유명하다. 그렇다고 매번 벌교를 찾을 때마다 꼬막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벌교 꼬막 음식이 살짝 지겨워졌다면 ‘우렁이’ 요리를 권한다.
보리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우게 할 무기였다. 할머니가 탱자 ‘까시’로 살살 돌려가며 빼준 우렁이살은 또 얼마나 차지고 맛났던지! 벌교읍 대로변의 ‘벌교우렁집’은 우렁이 요리로 이름난 곳. 벌써 30년 넘게 우렁이 요리를 하고 있다.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뒤로 길게 큰 방이 있어, 유명세를 실감케 한다.
시골 할머니 방에서 나는 구수하고 들큰한 냄새가 난다. 우렁이와 참 어울리는 냄새. 우렁이 회 무침과 우렁이된장국이 함께 나오는 우렁이 정식을 주문한다. ■ 시원한 된장 국물에 ‘속풀이’ 저녁 무렵이라 음식 준비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시원하고 구수한 보리차 한잔을 들이켜고 나면 금세 상이 깔린다.
보면 살짝 서운해지는 반찬. 하지만 간이 딱딱 맞고 어떤 것은 아삭하고 또 어떤 것은 부드럽게 재료의 속성을 잘 살려 요리해내 먹을수록 가짓수의 서운함은 사라진다.
뚝배기 그릇 색처럼 시커먼 된장 국물을 한입 먼저 떠먹어본다. 구수하고 칼칼한 국물이 쑥 넘어간다.
된장의 달큰한 맛과 매운 고추의 알싸한 맛이 잘 섞였다. 이러다가는 뚝배기에 우렁이만 덜렁 남는 게 아닌가 싶다. 밥 한 숟가락에 국물을 적셔 다시 한입 먹는다. 찬 가짓수가 적은 이유를 알겠다. 찬이 필요가 없으니. 국물은 술 마신 뒤 속풀이로도 그만이겠다. 큼지막한 우렁이 한 마리를 잡아내 미리 준비해준 이쑤시개로 살을 빼먹는다. 또르르 우렁이 몸 모양으로 돌려야 끝까지 쏙 빠진다. 거무스름한 살을 씹어본다. 차진 살 끝부분에는 사각사각 알들이 씹힌다. 우렁이 새끼들이다.
우렁이 새끼들은 살모사처럼 제 어미 살을 파먹고 자란다. 아픈 모정이 아닐 수 없다. 우렁이 껍질까지 쏙 국물을 빨아먹어야 진짜다.
우렁이는 꽁지가 다 잘려 있다. 탕을 끓이기 전 상한 것이 섞이지 않도록 냄새를 맡아보기 위함이 그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꽁지에서 나온 국물이 탕 국물 속에 함께 섞여야 맛있기 때문이다. ■ 새콤한 우렁이회에 밥 쓱쓱 비벼 우렁이 회무침은 일단 색부터 근사하다. 빨간 고추장이 고루 비벼졌고 윤기마저 자르르 흐른다. 군침도 따라 흐른다.
우렁이살을 쫄깃하고 야채는 아삭하다.
또르르 떨어뜨려 척척 비빈다. 반찬 중에 시금치, 버섯나물은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그만이다.
묻은 수저를 우렁이탕에 퐁당 빠뜨려 한 가득 국물을 뜬다.
“아따, 어머니가 해준 그 맛이구만” 소리가 득음이라도 한듯 저절로 터진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
추가정보출처:보성(남도)맛집(http://namdomenu.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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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우렁집 전화번호 : (061) 857-7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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