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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풍덕동 고향식당


제철 음식이 즐비하다

옛날에 통발은 가는 댓살이나 싸리를 엮어서 만들었는데 요즘은 흔한 낚시가게에서 판다. 통 모양으로

된 발을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담궈 놓고 기다리면 되는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통속에 물고기의 구미에 맞는 미끼를 넣어서 유인해야 하고 하룻나절 동안

기다렸다가 일찍 수거해야하는 부지런함도 있어야 한다.


순천만 근교엔 대대포구를 비롯해 벌교 쪽 화포와 여수 쪽의 와온해변에 작지만 어장들이 형성되어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은 통발을 드리기에 좋은 장소들이다. 갈대나 풀숲 사이로 미끼 넣은

통발을 놓고 눈먼 물고기를 기다린다.

철따라 짱둥어, 전어, 망둥어, 문절구, 낙지, 장어, 참게들이 잡힌다. 작은 새우와 우렁,?새조개들이

잡힌다.

순천만과 가까운 풍덕동에 통발로 잡은 물고기를 전문으로 회도 치고 매운탕도 하는 곳이 있다.

잡는 방법에 따라 고기의 맛이 달라진다는 건 육고기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통발은

고기 잡는 방법상으론 으뜸에 속한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것이 제일 좋죠!”

풍덕동 홈에버 뒷편에 있는 고향식당은 통발고기전문식당이다. 가까운 어장인 순천만 근교에서 잡은

물고기들로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끊이는 곳이다.


여느 횟집처럼 입구에 수족관이 있고, 몇 마리의 낙지들이 납작 엎드려 있다. 손님들은 입구에 들어서

면서부터 오늘 물이 어떤지 간택작업을 한다.


가게 문을 연지 10년째 된다는 고향식당의 대표 신진희(50·풍덕동)씨는 가게이름처럼 고향 이모 같은

모습이다. 어디서건?‘고향’이란 이름의 간판을 걸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이곳이 진짜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고향의 맛, 어머니의 손맛을 전해준다는

의미가 더 큰 것이다.


서울에서 식당을 하다 10년 전에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신씨는 내려오게 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이모 같은 미소로?고향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식당 중에 하나다.


제철음식으로 차린 밥상
콩나물이 없다.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미리 차려지는 반찬은 그 집에 첫 맛을 대변한다. 밥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의례 한 젓가락씩 먹어 본다.

사시사철 반찬을 만들어야하는 식당에서 콩나물은 가장 간편한 반찬이다. 그런데 이곳은 콩나물

무침이 없다. 콩나물의 맛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다른 찬들로도 충분히 상을 채울 수

있는 비결이 이집엔 있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
신씨의 채소자랑이다. “우리집 야채는 모두 내가 농사지은 것들입니다. 상추, 열무, 쑥갓, 배추, 고추

이런 건 내 손으로직접 재배한 거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돼요.

저기~ 덕월동에 노지가 있는데,?기르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참엔 아침에 일찍 산에 가서 고사리도

뜯어 와요.”


손님들 밥상에 놓는 찬이니 어련하겠냐만 직접 재배한 채소를 올린다니 이런 곳도 있나 싶다.

그러나 여튼 이집만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특히 이집은 제철 음식으로도 상당하다.


“간장에 졸여서 무친 지보나물이며 우렁무침, 새우젖갈등을 맛보고 있는데 우렁이나 새우는 지금

아니면 못 먹제”


제철음식이기에 많이도 내지 못해 매번 맛 볼 수도 없다고 신씨는 전한다.

방앗잎 향, 취나물 향으로
산초나무 열매껍질을 흔히 남부 지방에선 잰피라고 한다. 김치 담글 때도 넣지만 주로 추어탕이나

매운탕을 끊일 때 비릿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신료로 많이 쓴다.

방앗잎도 그 특유한 향 때문에 매운탕를 끊일 때 빠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도 마을 어른들이 철렵

(냇가로 사냥을 간다)을 가서 매운탕을 끊일 때 잰피나 방앗잎을 따서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향식당의 매운탕에는 이런 추억의 방앗잎 향이 난다. 무심코 싸서 한입 넣은 도다리회에선 취나물

향이 난다. 상추와 갯잎 사이로 취나물 잎이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산취나물 역시 부지런한 신씨의 작품이다. 취나물 향에 빠져서 도다리회가 입안에서 싸악 녹아든다.

직접 기른 야채를 상위에 올려놓고 이것저것 많이 먹을 것을 권한다. 영락없이 옆집 이모와 같다.


취재 도중에 끼어드는 단골손님?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오히려 그런게 이 곳의 맛이다.입담 좋은

그 손님?덕에 세상 이야기도 듣고 밀린 외상값도 갚고 간 참한 손님이다.


“서대회 줄까, 도다리회 줄까? 서대회 맛있는데 지금!”
손님을 대하는 말투만 보아도 단골인 듯 하다.


신선한 회만큼 활기찬 목소리지만 신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것을 보는 게 제일 좋죠!”


[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황명희 기자 myoung191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