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는 마음가짐으로 차리는 정갈한 채식”날것으로, 오븐에 굽고, 찌고 … ‘채소’
고유의 맛 살리는 채식 요리
“먹는 것의 중요함을, 채식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갖게 된 계기가 있어요. 여수 요양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육류를 배제한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차려져요.
그렇게 채식을 했더니, 정말 제 몸이 건강해졌어요. 그 뒤로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먹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죠.”
순천 연향동 채식 뷔페 ‘초록뜰’의 최희진(38) 대표는 순천에서 다소 생소한 채식요리를
선보인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채식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 40~50여 가지 채소를 최대한 조리하지 않고
초록뜰은 호박, 오이, 양상추 등의 채소 이외에도 알파파, 오크리프, 래디시 등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특수 채소까지 40~50여 가지의 채소로 음식을 낸다.
가급적이면 채소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조리법도 최소화 한다. 날 것 그대로에 상큼한
드레싱을 곁들이거나 그도 아니면 오븐에 살짝 굽거나 찐다.
영양이 파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튀기거나 푹 끓이거나 맵고 짠 양념을 입히는 일은
되도록 피한다. 기름을 이용해 볶아야 할 일도 될 수 있는 한 물이나 다시마육수를 이용한다.
때문에 채소의 신선도가 중요하다.
“가급적 조리를 적게 하기 때문에 채소의 신선도가 눈에 그대로 보여요. 게다가 채소가 주된
요리인데, 그 주요리가 신선하지 못하면 말도 안되죠.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채소의 신선도를 위해 이 집은 보관이 필요치 않도록 날마다 장을 본다. 지금은 주방을 맡고
있는 최희균(34)씨는 11년 정도 채소를 유통하는 일을 했다. 그 노하우와 안목으로 채소를
고른다. 순천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광주나 서울 등지에서 들여온다.
이 집은 또란 채소의 신선도를 위해 종일 문을 열어두고 손님을 들이지 않는다. 점심은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2시 30분까지, 저녁은 오후 5시 30분부터 8시까지, 하루에 딱 5시간
30분씩만 장사를 한다. ‘최상’의 질과 맛을 위한 노력이다.
채소 위주의 요리에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집의 거의 모든
요리에는 견과류가 들어간다. 쨈이나 드레싱, 양념에도 견과류를 넣고, 콩과 두부 요리도
빼놓지 않는다.
■ ‘고기 맛’나는 밀고기
‘토끼가 뛰노는’ 밥상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집에는 고기가 있다. 정확히 말해 ‘고기
맛’이 나는 요리가 있다. 밀고기라고 하는데 이 집에서는 사서 쓰지 않고 직접 만들어 낸다.
씹는 맛이 ‘육고기’와 비슷하고 맛 역시 비슷한 것은 바로 직접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밀고기는 호두, 땅콩, 비트, 다시마 육수에 글루텐과 소금 등을 넣어 반죽해 만든다. 이것을
잘라 구워내면 영락없는 ‘고기’ 맛이 난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 등 다른 맛을 낼 수 있는데, 재료의 함량을 달리하면 각기 다른 맛이
난다. 밀고기는 갖은 채소에 싸먹으면 고기 같다.
이 집에서 또 빼놓지 말고 먹어봐야 할 것이 버섯 요리다. 특히 버섯전골은 갖가지 버섯이
다 들었다. 표고ㆍ팽이ㆍ새송이ㆍ양송이버섯에 다시마육수를 붓고 고추, 마늘 등을 넣어 끓여
낸 버섯전골은 뜨끈하게 속을 데우고, 편하게 한다. 물론 이 집은 화학조미료는 설탕마저도
거의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