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맛집멋집

[맛집멋집] 거제 상동동 백만석 ‘멍게비빔밥’

향긋한 바다 향 몰고 가세요

비빔밥. 어디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것이 비빔밥이라지만 오늘날 비빔밥은 한국의 대표 음식 된 것

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터다. 한국 음식 중 지명 이름을 딴 음식으로 비빔밥만큼 많은 게 없다.


전주비빔밥, 평양비빔밥, 안동비빔밥(헛제사밥), 해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통영비빔밥, 함양육회비빔밥,

개성차례비빔밥, 함평육회비빔밥, 거제멍게비빔밥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역마다, 계절에 따라 재료도 다르고 맛도 달랐지만 비빔밥이 한국의 대중음식임을 잘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증거’다.


거제의 멍게비빔밥은 거제의 8미(味) 중 하나. 거제에서 즐길 수 있는 멍게비빔밥은 멍게 특유의 향미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별미 중에 별미다.


4~6월경 거제에서 난 멍게는 향과 맛이 좋기로 남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해산물. 이때 잡은 멍게로

만든 멍게젓갈은 거제 토박이들에게 친숙한 양념이다.

멍게를 잘게 썬 뒤 약간의 양념과 간을 해 버무려 저온 숙성시켜 만들며 멍게비빔밥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재료다. 이 멍게젓갈은 살짝 얼려두었다가 네모나게 썰어 밥 위에 서너 조각을 얹은 뒤 참기름과

깨소금, 김 가루 등을 곁들여 낸다.

쓱쓱 비비면 향긋하면서도 알싸한 멍게비빔밥이 완성된다. 멍게의 씁쓸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제에

간다면 꼭 한 번 먹어볼 만한 맛.


거제의 식당들은 저마다 ‘멍게비빔밥’을 메뉴로 내걸고 있다. 그 중 멍게비빔밥으로 소문난 ‘백만석’을

찾았다. 거제포로수용소에서도 보일만큼 ‘뽀짝’ 옆에 자리하고 있다.

유명세답게 밥 때를 지난 시간인데도 가게를 채운 손님들이 꽤 많다. 자리에 앉아 주저없이 멍게비빔밥

을 주문한다. 밥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온다.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밥과 반찬이 모두 상에 차려진다.


반찬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6가지. 고등어 한 토막을 구운 것과 새콤하게 익은 김치, 깻잎 무침, 멸치

마늘종 볶음, 오이초절임, 총각김치가 올려진다. 반찬은 특별히 입에 거슬리지 않는다. 경상도 음식

맛에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맛있게 먹겠다.


반찬 다음에는 바로 비빔밥이 나온다. 큰 그릇에 김 가루와 참기름이 바닥에 깔렸고, 컵라면의 김치

스프처럼 네모진 멍게젓갈 3토막이 놓였다

멍게젓갈을 먹기 좋고 보관하기 좋게 네모지게 살짝 얼려놓은 것인데 이것은 숟가락으로 흐트러뜨리면

금방 흩어진다. 처음 살짝 언 상태에서는 별다른 향이 없지만 언 것을 뭉갤수록 멍게의 바다 향이 깊어

진다.


밥 한 그릇을 ‘턱’ 비빔밥 위에 올린다. 멍게젓갈 얼린 것에 이미 다 양념이 돼 있으므로 다른 것을 넣을

필요가 없다. 숟가락으로 맛나게 비벼주기만 하면 끝. 다 비벼진 밥은 멍게의 주황빛이 돈다.

향긋한 바다 냄새가 마구마구 몰려온다. 이쯤이면 숟가락을 그냥 놓기 힘들어진다.


성급하게 멍게비빔밥 한 숟가락을 떠먹는다. 멍게 특유의 바다 향과 쌉싸래한 멍게 맛이 입안을 채운다.

멍게 맛과 향이 꽤 오래 입안에 머문다.


멍게비빔밥을 시키면 맑게 끓인 지리가 나온다. 계절에 따라 생선의 종류는 달라진다. 지금은 우럭지리

가 나온다. 맑게 끓인 지리는 국물이 참 시원하다. 밥에 딸려 나온 탕이지만 안에 든 생선도 실하다.

국물 한 방울, 생선 한점도 남기기 싫을 만큼 지리 맛이 뛰어나다.


향긋한 멍게 비빔밥과 함께 먹으면, 바다를 먹는 것 같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직원들의 친절

도는 높다.

가게 안이 널찍하고 깨끗한 것도 좋다. 다만 주차장이 가파르고 경사가 심하니 주의해 운전할 것.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