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감동글. 좋은글

♥ 어머니 은혜

어머니 연가 / 박소향

소리 없는 세월 속으로 조용히 살다 가신 어머니
좋은 세상 나 혼자 다 사는 것 같아
어딘가 가슴 한 쪽 무겁고
그리움으로만 남아가는 어머니 어머니

한낮이면 어김없이 당신이 앉아 계시던 곳
뻐꾸기 소리 짙게 깔리는 산밭 한 귀퉁이
깊게 패인 주름위로 흐르는 땀방울은 거친 손으로 씻어내고
채 여물지 않은 옥수수 밭을 날마다 여시던 어머니

큰길가 먼지 쌓이는 소리 들릴 때마다
세월에 지친 눈과 귀를 유난히 세우시며
해 걸음 뒤로 달려오던 부엌마당
허전한 마음일랑 초라한 살림살이로 채우시고
속옷고름 태워가며 엎드려 지피시던 저녁 아궁이

까맣게 그을린 곱지 않은 손등 위로
땀방울 눈물방울 섞어 흘리시며
지친 손으로 짓던
세상 어느 것보다 기름진 당신의 밥상

고추장 된장 다 퍼주시고 그러고도 모자란 듯
텅 비어 보이는 가슴 한 켠으로 보이시던 눈물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길 끝까지 그렇게 서 계시던 어머니어머니

당신의 산밭
당신의 작은 집
깊은 부엌 황토 빛 안마당
끝없이 걸으며걸으며 오가던 들길들
살아생전 무엇이 그리 애달프도록 가슴 여미게 했을까요
야윈 등 뒤로 눈물만 남기시던 어머니

살면서 문득 문득 당신의 자리는 너무 큽니다
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도
그립다는 마음으로도 늘 모자라는 어머니 어머니

할미꽃 동산에 흰 웃음으로 피어나
열손가락 안 아프게 하늘을 바라보는
어머니
오늘도 끝없는 당신의 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