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성찬에 젓가락은 ‘방황’ 소문난 잔치에만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짓수 많은 뷔페에도 먹을 것이 없는 게 보통이다. 뷔페라고 하면 기대는 잔뜩 되지만 막상 가서 한번만 빙 둘러보면 금세 집을 것이 없다.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젓가락은 공허하게 허공을 맴돈다. 하지만 순천 조례동 배 카페 건물의 뷔페 ‘진품관’의 젓가락은 뭐부터 먹어야 할까 ‘방황’하게 한다. 방황이 끝나면 그 다음부터 젓가락은 분주해진다.
진품관 정창화 대표는 “제철에 나는 것들을 최대한 이용해 찬을 꾸민다”며 “보통 32~36가지의 음식이 차려진다”고 말한다.
32~36가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이곳의 한끼 식사 가격은 4000원. 4000원으로 제대로, 영양을 갖춘, 엄마가 해주는 듯한 한끼를 먹기란 쉽지 않다.
라면과 삼각김밥, 햄버거세트, 떡볶이와 순대 등 4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한끼는 많지만 영양을 고루 갖춘 한끼는 찾기 어렵다. 웬만한 점심 한끼가 6000원인 것과 견주면 ‘놀라 노’자. 그렇다고 음식의 질이 다른 곳보다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이곳은 맛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한 끼를 꿈꿉니다” 순천 조례동 옛 배 카페 ‘4000원 뷔페’ 먹어볼까 “어르신들이, 특히 홀로 되신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 드시기가 참 힘들어요. 자녀들이 챙긴다고 해도 귀찮아서, 입맛이 없어서, 돈이 아까워서 안 드시는 분들이 많죠. 어르신들이 맛있고 건강한 한 끼를 드시고, 더불어 이곳에서 친구도 만드는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품관 정창화 대표는 이곳을 어르신들이 쉽게 찾는 공간 나아가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4000원의 성찬 진품관 뷔페의 가격은 4000원. 어려운 어르신, 이웃들이 돈 부담 없이 찾아와 든든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4000원도 불과 2~3달 전 올린 금액. 그 전에는 3000원이었던 것을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어렵게 1000원을 올렸다. “많이 오셔서 넉넉히 드시고 가면 적자 안 봐요. 3000원 가격을 유지하고 몇 가지를 빼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어요. 어르신들게 제대로 대접하고 싶거든요.”
이곳 음식은 국 2가지, 밥 2종류, 식혜, 죽, 국수, 카레를 비롯해 콩나물, 버섯볶음, 부추겉절이, 묵무침, 도라지나물 등 32~36가지.
제철에 나는 것들로 주로 찬을 꾸민다. 각종 야채들은 가급적 전라도 내 산지에서 직접 가져다 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산지 직송 방식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래야 더 질 좋은 제품을 값싼 가격에 쓸 수 있기 때문. 부추나 고춧가루 등은 직접 텃밭에 기른 것을소비량이 많아 전부를 다 텃밭에서 난 것을 쓸 수는 없지만 최대한 쓰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2달을 빼고는 3년 동안 날마다 오전 6시에 나가 그날 쓸 재료를 장 봐왔다. 직접 보고 좋은 것으로 쓰기 위해서다.
“‘어머니가 해준 밥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르신들도 집 밥하고 똑같다고 하시고요. 최대한 집 밥, 어머니 밥에 가깝게 음식을 만들려고 해요.” 그 노력 덕인지 ‘이런 곳은 없어지면 안된다’고 쓴 인터넷 블로거도 있단다.
■ 남기면 벌금 2000원, 연말 불우이웃 도와 이 집은 음식을 남기면 벌금 2000원을 낸다. 겁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2000원을 내야 한다. 남기는 음식이 아깝고, 음식 만든 정성이 아깝고,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안타까워 일부러강경책을 쓰고 있다. 이렇게 받은 2000원은 모아뒀다 연말 불우이웃을 위해 쓴다. 먹고 난 접시는 스스로가 주방 위 선반에 가져다놓기 때문에 재사용의 우려도 없다. “현재로는 가격 인상 계획 없습니다. 혹시 가격을 올리더라도 어르신들께는 4000원으로 동결할 계획이에요.”
진품관의 4000원 뷔페는 옛 배 카페 건물의 3층에 있다. 나머지 1ㆍ2층은 ‘참나무 장작 바비큐’를 메뉴로 하고 있다. 오리와 삼겹살 두 가지 메뉴. 오리는 한 마리에 3만원(3인), 삼겹살은 1인분 8000원이다. 이집 바비큐의 특징은 식어도 딱딱하지 않고, 육즙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가족외식 장소로 주로 쓰인다. “앞으로 4000원 뷔페, 어르신들이 편히 드실 수 있는 공간을 4개 정도 더 갖고 싶어요. 돈벌이만이 목적이 아닌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